Sleep & Tech

CST, 나의 수면에 대해 더 잘 알기 위한 기술들

|by 에이슬립

    [Editor’s Note]
    우리의 잠에는 수많은 건강 데이터가 숨겨져 있습니다. 잠에 들기까지의 입면 시간, 자는 동안의 수면 효율과 수면의 질, 뒤척임이나 코골이, 깸 등 자는 동안 일어나는 여러 수면 이벤트를 통해 내 몸 구석구석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앞서 이러한 나의 잠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수면다원검사(PSG)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수면 다원검사는 집이 아닌 수면 전문 의료기관에서 머리와 몸 등에 아주 많은 센서를 붙이고 자야 하기 때문에 나의 평소 수면과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면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여러 건강 데이터는 단 하룻밤의 수면 데이터가 아닌 여러 밤(multi-night) 동안의 수면 패턴 관찰을 통해 더욱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정말로 정확히 나의 수면 건강과 패턴을 확인하고 수면의 깊이와 질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더 나아가 내 수면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 제대로 된 개선 방안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현재까지 우리의 잠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수면 전문 의료기관에서 진행하는 수면다원검사(PSG, 이하 PSG)입니다. 수면 전문 의료기관에서 전문가의 감독 하에 얼굴과 두피, 손가락, 코 등에 센서를 붙이고 하룻밤을 자며 뇌파, 혈중 산소포화도, 호흡 등을 측정합니다. 또한 근전도 검사, 안전도 검사, 심전도 검사 등을 통해 수면의 단계별 상태와 코골이, 수면 무호흡증, 기면증 여부, 뒤척임, 깸 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검사를 위해서는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하고,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며, 결과지에 대한 전문가의 해석을 통해서만 나의 수면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어서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검사가 거의 불가능하죠. 

    전문가의 판독이 없이는 해석이 거의 불가능한 PSG 검사지

    전문가의 판독이 없이는 해석이 거의 불가능한 PSG 검사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수면 문제는 외과적 치료나 양압기 사용 등 의료 수준의 개선 외에도 지속적인 수면 패턴 관찰을 통해 수면 위생, 수면 습관의 개선을 통해 나아질 수 있기 때문에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관찰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수면 문제의 증상은 있는데 ‘질환’은 없는 경우, 수면 문제를 조기에 평가하고, 잘 관찰하여 적절히 개입한다면 병이 진전되는 것을 막을 수 있거든요.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PSG를 통한 정확한 검사 외에도 여러 밤(multi-night) 동안의 수면 패턴을 일상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보완 도구를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이를 슬립트래커(CST, Consumer Sleep Trackers)라고 부릅니다. 슬립트래커는 처방전이 없이도 누구나 쉽게 구매가 가능하며 집에서 간단하고 편리하게 매일 밤 수면 단계(sleep stage)를 측정하여 나의 수면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 수면 단계(sleep stage) :** 수면 과학자들은 수면을 보통 1) 얕은 잠, 2) 깊은 잠 3) REM 수면 4) 일시적 각성 상태(Wake) 총 4가지 단계로 구분합니다. 각 단계별로 맡은 역할이 다르며 수면 중 각 단계를 거치며 몸과 뇌는 새롭게 시작할 하루를 준비합니다. 깊은 수면 단계에 들어서면 잘 깨지 않고, 억지로 일어나게 되면 몽롱한 상태에서 눈을 뜹니다. 몸과 뇌의 회복 과정 역시 주로 깊은 수면 단계에서 일어납니다. REM 수면 단계에서는 각성 상태와 비슷한 수준으로 뇌가 활성화되며 기억을 저작하거나 감정을 처리하며 꿈을 꾸기도 합니다.

    슬립트래커는 각각의 작동 원리에 따라 수면 단계를 측정하는 생체 신호가 다른데요.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자는 동안 신체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액티그라피(actigraphy) 방식, 심장 박동 사이의 시간이 약간씩 변동되는 것을 추적하는 심박변이도(HRV, heart rate variability) 방식, 자율신경계에 의해 조절되는 호흡 운동(respiration)을 추적하는 방식,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리(sound)로 추적하는 방식입니다. 

    1. 액티그라피

    액티그라피 방식은 자는 동안 신체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방식입니다. 액티그래피라는 신호만을 가지고 수면을 모니터링하는, 손목에 착용하는 액티 워치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워치에 내재되어 있는 가속도 센서를 통해 움직임을 모니터링하는 아주 간단한 알고리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자고 있는지, 깨어 있는지 간단한 정보를 아주 편리하게 보여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평소에 잠을 잘 못 자는 사람이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 자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 즉 아직 잠에 들지는 않았는데 자는 것처럼 누워있는 시간 역시 ‘잠’으로 측정되는 약점이 있습니다.

    2. 심박변이도

    워치 타입이나 링 타입 등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슬립트래커가 이 방식으로 수면 단계를 측정하는데요. 심장의 운동은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가 제어를 하기 때문에 심전도를 알면 자율신경계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고, 자율신경계가 어떤 상황인지를 알면 수면 단계를 추적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HRV가 높아서 신경계가 활성화되어 있으면 REM 수면이나 일시적 각성에 가까운 상태로 볼 수 있고요. HRV가 낮아서 신경계가 안정되어 있으면 얕은 잠, 혹은 깊은 잠에 가까운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HRV의 패턴을 정확하게 파악해 내기 위해 머신러닝이나 AI 등의 알고리즘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HRV를 추적하기 위해서 과거에는 전극을 반드시 달아야 했습니다. 심장이 박동을 하면 혈관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데, 기술의 발달로 빛을 이용해서 이를 추적(PPG)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애플워치나 스마트 링 안쪽에 초록색 불빛이 나오는 것을 보신 적이 있나요? 각종 워치와 스마트 링은 그 빛을 이용해서 심장박동을 모니터링하여 수면 단계를 측정합니다.

    PPG를 추적하여 수면 단계를 측정하는 슬립트래커

    PPG를 추적하여 수면 단계를 측정하는 슬립트래커

    슬립트래커 착용 부위에 따라 PPG의 정확도에 차이가 난다. 손가락과 손목에 착용했을 시 비교적 정확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슬립트래커 착용 부위에 따라 PPG의 정확도에 차이가 난다. 손가락과 손목에 착용했을 시 비교적 정확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3. 호흡 운동(respiration)

    심장 박동이 자율신경계의 상태를 보여주는 것처럼 호흡 운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깨어 있을 때에는 호흡을 의식적으로 할 수 있지만 자는 동안은 자율신경계가 호흡을 컨트롤해 주기 때문입니다. 호흡 패턴의 규칙성을 살펴보면 자율신경계에 대한 시그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가령, 호흡이 규칙적이면 좀 더 깊은 수면 단계에 있는 것이고, 호흡이 불규칙할 경우 얕은 수면 혹은 REM 수면에 가깝다고 파악할 수 있는 것이죠.

    레이다(radar)를 가슴 쪽으로 쏘아 반사되는 시그널을 보고 호흡을 모니터링하는 방법이 대표적인데요. 자는 동안 수면 측정을 위해 그 무엇도 몸에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서 무척 큰 장점이 있지만 오랜 연구 기간에도 불구하고 레이다 기기의 크기나 침실환경에서의 자유로운 배치 등 아직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구글 네스트, 아마존 해일로 등 다양한 빅 테크 기업에서 발전된 기기를 출시하며 레이다 기술을 활용한 슬립트래커 발전을 이끌고 있습니다. 레이다 외에도 매트리스 아래에 디바이스를 깔아 압력을 통해 호흡에 대한 신호를 받을 수 있는 방식도 있습니다.

    4. 소리(sound)

    위의 세 가지 방식에서 추적할 수 있는 뇌파, 근전도, 심박변이도 등 생체 신호를 호흡 소리와 수면 중 발생하는 온갖 소리를 통해 모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깊은 잠에 들수록 근육의 긴장도가 내려가게 되고 기도가 좁아지는데 이럴 경우 호흡소리가 탁해집니다. 호흡 패턴의 규칙성을 통해 자율신경계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것이죠.

    호흡 패턴의 규칙성을 통해 수면 단계를 파악할 수 있다.

    호흡 패턴의 규칙성을 통해 수면 단계를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바이오 시그널뿐만 아니라 외부의 사운드까지 분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때로는 자고 있는 사람 주변에서 발생하는 사운드가 이 사람이 자고 있는지 깨어있는지 알려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소리를 통한 수면 단계 모니터링의 가장 큰 장점은 개인들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스마트폰과 내장되어 있는 좋은 마이크를 통해 앱을 다운로드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성능의 슬립트래커를 일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에 있습니다.

    참고자료

    Hong J, Tran HH, Jung J, Jang H, Lee D, Yoon IY, Hong JK, Kim JW. End-to-End Sleep Staging Using Nocturnal Sounds from Microphone Chips for Mobile Devices. Nat Sci Sleep. 2022;14:1187-1201 https://doi.org/10.2147/NSS.S361270Hartmann V, Liu H, Chen F, Qiu Q, Hughes S and Zheng D (2019) Quantitative Comparison of Photoplethysmographic Waveform Characteristics: Effect of Measurement Site. Front. Physiol. 10:198. doi: 10.3389/fphys.2019.00198<수면의 과학>, 헤더 다월-스미스, 시그마북스